파시즘의 어원과 뜻 - 잘못된 상식

작성자정병기

등록일2019-11-01

조회수332

파시즘의 어원과 뜻: 잘못된 상식

 

[출처] 외뿔소의 사방팔방|정병기의 시 영화 정치학

 

이번에는 파시즘에 대해 알아볼게요. 이것도 꼭 상식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이에요. 아마도 서양 역사를 한국에 소개하는 초기 저작들이 잘못 알린 결과이겠지요. 다행히 대표적 정치학 전공 사전인 『21세기정치학대사전』에는 어느 정도 올바로 기술했더군요.

 

넓은 의미로 파시즘은 독일 나치즘 정권, 일본 쇼와 초기의 천왕제, 스페인의 프랑코(Francisco Franco Bahamonde) 체제 등을 모두 포괄하는 전체주의를 의미해요. 하지만 협의로는 1922~1942년 기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체제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이지요. 파시즘의 범위와 정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게요. 여기서는 그 어원과 의미에 집중할 거예요.

 

21세기정치학대사전에 나와 있듯이 파시즘(fascism)은 이탈리아어 파쇼(fascio)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이 말의 의미는 ‘묶음’이지만, 그로부터 ‘결속’ 또는 ‘단결’의 뜻으로 전용(轉用)되었다고 이 사전은 쓰고 있어요. 적어도 서양사 일부 서적처럼 ‘도끼’를 의미하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오류는 없는 셈이죠.

 

Fasces lictoriae

 

하지만 단순히 ‘묶음’의 뜻으로 보는 것은 반쪽짜리 설명밖에 되지 못해요. 이탈리아어 fascio는 라틴어 fasces에 기원을 두며 권표(權表) 혹은 속간(束桿: 나무묶음)을 뜻하기도 하거든요. fasces는 로마 고관 수행원 lictor가 들고 다니던 것으로 공권력의 표징이었어요. 그림에서 보듯이 fasces(고대 로마의 속간)는 하얀 자작나무 막대기를 붉은 가죽 띠로 묶은 것이에요(오른쪽 그림이 고대 로마 속간의 실물 사진이고, 왼쪽 그림은 실물을 그래픽으로 재현한 것). 이 막대기 사이에 옆으로 날이 선 청동 도끼(때로는 두 개)를 끼웠어요. 그리고 이 도끼는 secúris라고 불렀지요. fasces가 도끼를 의미한다는 얘기는 완전히 틀린 정보라는 것을 아시겠지요.

 

이 속간은 권표(權表)라는 말 그대로 권력의 상징이었어요. 종종 로마 공화정의 상징으로 쓰였으며, 오늘날에도 파시스트 정당뿐 아니라 미국 법무부 행정국 등 여러 정부와 단체들이 문장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홀(笏)

 

동양에서는 관위(官位)에 있는 자가 관복을 하였을 때 손에 가지는 수판(手板)을 홀(笏)이라고 하여 권력의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했어요. 특히 왕의 홀은 옥으로 만들며 규(圭)라고 하였다지요. 그러나 이것은 원래 왕의 교지를 적은 실용적인 용도를 띤 것으로서 권력이라기보다는 대개 왕명을 수행하는 관리의 상징으로 볼 수 있어요.

 

그보다는 도끼의 자루 같은 것을 의미하는 병(柄)이 권력의 상징으로 회자되었지요. 한자로 이병(二柄)은 왕이 신하를 거느리는 두 개의 권력, 곧 형벌과 덕(상)을 말해요. 벌을 의미하는 도끼만이 아니라 상(賞)을 의미하는 다른 표징을 끼울 수도 있거든요. 권력의 핵심적 두 요소를 지칭하는 것이지요.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도끼가 아니라 도끼를 끼우는 자루가 권력의 상징이라는 점이 우연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파시즘도 부끄러운 인류사의 한 토막이죠.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민주주의를 잘 지켜나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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