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의심하자: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은?

작성자정병기

등록일2019-11-01

조회수2595

상식을 의심합시다 - 민주주의의 반대는 공산주의인가요?

[출처]외뿔소의 사방팔방|정병기의 시 영화 정치학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로 알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상식이었어요. 지금도 그런가요? ‘공산주의=독재’, ‘자본주의=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 교육을 받은 결과예요. 공산주의는 과연 독재와 동의어일까요? 소련과 동구 등의 현실 사회주의 체제가 스탈린주의 독재로 나아간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론적으로나 개념적으로 공산주의가 독재와 동의어는 아니에요. 오히려 이론상 공산주의는 communism(=commune+ism)으로 코뮨 정치를 지향하지요. 직접 민주주의에 가까운 형태예요. 대의 민주주의보다 더 민주적인 정치 질서를 상정한 것이에요.

 

또 한 가지, 자본주의는 반드시 민주주의일까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제3세계 개발도상국들이 개발 독재라는 군사 독재를 경험했어요. 이 독재 시기도 자본주의였어요. 민주주의는 분명히 아니었지요. 우리는 수많은 유혈 투쟁으로 군사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룩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마지막 오류. 그러면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독재일까요? 독재는 영어 dictatorship의 번역어인데, 그 어근인 dictator는 고대 로마에서 비상시에 임명되는 전권 집정관을 말하는 단어예요. 요즘 식으로 말하면 dictatorship은 비상 대권을 말하는 것이지요.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평상시의 헌법 질서로 극복할 수 없는 국가 재난 상태에는 비상 대권 발동을 허용하지요. 그래서 어떤 법학자나 정치학자들은 dictatorship을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하는 데 신중해요.

 

저도 같은 생각인데요.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은 dictatorship이라는 독재(獨裁)가 아니라 autocracy라는 전제(專制)가 맞아요(그러므로 위의 독재 사례들은 전제 정치의 일종이에요). 그런데 전제(專制)는 한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를 말하지요(비상 대권이 아닌 의미에서). 엄밀히 말하면 민주주의는 사상 체계(ism)라기보다 통치 체제나 정치 질서(cracy)예요. democratism이라고 하지 않고 democracy라고 하잖아요. 제대로 번역하려면 민주‘주의(主義)’가 아니라 민주정(民主政) 혹은 민주 정치라고 해야죠. 민주주의는 하나의 정치사상이라기보다 정치 질서에 가까우니까요. 裁가 아니라 制가 더 어울린다는 말이기도 해요. 그런데 학술적으로 방대하고 깊이 있게 논의되다보니 하나의 ‘주의’(ism, 사상, 학설)로 오해되고 상식으로 굳어져 버렸다고 할까요.

 

여기서 잠깐 민주주의의 의미도 짚고 넘어갈까요. 민주주의는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었)듯이 ‘인민에 의한 지배’가 아니에요. 지배자와 피지배가 따로 없이 모든 국민이 주권자여야 민주주의 아니든가요? 그런데 ‘~에 의한 지배’라니요?! 민주주의는 ‘아무도 지배하지 않고 누구도 지배받지 않는’ 질서이자 체제입니다. 달리 말해 ‘인민의 자치(자기 통치)’로 이해하는 것이 맞아요. 그리고 ‘아무도 지배하지 않으므로’ 누구도 특권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누구도 지배받지 않으므로’ 아무도 구속받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유롭지요. 민주주의는 ‘인민의 자치’ 질서로서 자유와 평등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동일하게 보장되는 체제예요. 또 하나의 상식이 깨어지네요.

 

상식을 의심해요, 우리. 상식은 굳은 지식이에요. 생각과 성찰을 거부하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상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심해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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